야정 강희산 선생이 개인전을 연다. 서예가로 시작했던 야정이 이제 화가로 태어났다. 야정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을 해내고 있다. 정의를 표하는 바이다. 공자는 그림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회사후소(繪事後素)가 그것이다. 회사후소는 제자인 자하(子夏)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한 말이다. 자하는 그림에 대해 질문한 것이 아니라 미인을 노래한 시의 해석에 대해 질문한 것이었다. 미인의 조건은 웃는 모습이 예뻐야 하고 눈동자가 아름다워야 한다. 시의 내용은 이렇다.
교묘한 웃음에 볼우물이여.
아름다운 눈매에 또렷한 눈동자여
깨끗한 마음으로 얼굴을 꾸몄구나.
이 시의 의미에 대해서 물었을 때 회사후소(繪事後素)라고 대답했다. 미인은 웃는 모습이 예뻐야 하고 눈동자가 아름다워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 착해야 한다. 얼굴은 ‘얼 꼴’에서 나온 말이다. 얼은 마음이고 꼴은 모양이므로 얼굴이란 마음의 모양이란 말이다. 얼굴에는 마음이 나타나 있다. 얼굴의 모양도 예쁘고 아름다워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굴에 나타나 있는 마음이 아름다워야 한다. 이 세상에 어머님의 얼굴보다 더 아름다운 얼굴은 없다. 어머님의 얼굴에는 자녀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가득하게 나타나 있다. 이러한 의미를 공자는 그림에 비유해서 답을 했다.
그림은 아름다워야 한다. 색도 고와야 하고, 모양도 좋아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림에 담겨 있는 화가의 마음이 아름다워야 한다. 그래서 공자는 회사후소(繪事後素)라 했다. 회사는 그림 그리는 일이고, 후소는 하얀 바탕이 있는 뒤에 한다는 뜻이다. 깨끗한 마음이 있는 뒤에라야 얼굴의 아름다움을 논할 수 있듯이, 하얀 바탕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하얀 바탕으로 여백을 만들고 그 여백으로 화가의 깨끗한 그림을 그려낸다.
야정은 그림을 그리기 전에 먼저 마음을 닦았다. 전에 나와 함께 마음 공부하는 모임의 한 멤버였다. 그때 여럿이 모여서 열심히 경전을 읽으며 마음 공부를 했었다. 그때의 그 마음이 이번의 그림들에 묻어나고 있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개인전은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을 점검하는 기회도 되지만, 앞으로의 발전을 위한 다짐의 기회도 된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야정의 중단 없는 발전을 기대해 본다.
을미년 여름 이기동 씀
강희산(埜丁 姜熙山)
雅號(아호) : 埜丁(야정) 居由齋(거유재), 木鹿軒(목녹헌), 無隱堂(무은당), 唯心房主人(유심방주인), 淸空(청공), 秋公(추공), 막손, 自鏡樓主人(자경루주인), 渾沌(혼돈) 야정(野丁) 소요객(逍遙客)
작품활동
. 2015 제8회 環中展(경인미술관, 서울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인천전)
. 2012 제7회 自顧展 (서울 백악미술관)
. 2010 제6회 逍遙展(서울 갤러러M,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
. 2008 제5회 有恒展(서울 백악미술관, 인천 신세계갤러리)
. 2006 제4회 無隱展(서울 이형갤러리, 인천 연수구청갤러리)
. 2005 제3회 有心展 (서울 단성갤러리, 인천 연수구청갤러리)
. 2004 제2회 自鏡展(인천 신세계미술관)
. 2003 제1회 野丁姜熙山展(서울 백악미술관)
. 1994 野丁姜熙山書藝展( 서울 예술의 전당)
경력
. 자오동인(自娛同人)
. 강암연묵회(剛菴硏墨會)
. 사단법인 한국서예협회 초대작가
. 대한민국현대서예문인화협회 이사장
. 한양대학교 사회교육원 겸임교수 역임